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처럼 짧은 임기를 수행하는 선출직 공직자들 국회의원, 지방의원, 그리고 자치단체장 국민으로부터 계약 받은 4년의 임기는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자치단체장 임기 앞으로 1년 5개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조락(凋落)의 계절은 다가오고 있다.
푸르름으로 무성했던 만산의 나뭇잎들도 홍엽(紅葉)으로 물들더니 어느듯 그마저 다 털어내고 가지들만 앙상하다. 이 같은 영고성쇠(榮枯盛衰:꽃이 피었다 지고 융성했다가 쇠퇴하는 등 세상의 모든 것이 흥하고 망함을 거듭하는 이치를 가리킴) 섭리는 권력 세계에선 더 무상하다.
정글 속에 무서운 사자 한 마리가 천하를 호령하고 있었다. 아무리 덩치 크고 힘센 동물도 사자 앞에선 감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렇게 위세 당당하던 사자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굳세던 체력도, 우렁차던 사자후(獅子吼,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도 점점 퇴락 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정글을 순시하던 사자 앞에 황소 한 마리가 떡 버티고 서서 길을 막는 것이었다. 네 이놈 단매에 죽고 싶으냐. 감히 내 길을 막다니, 썩 물러가지 못할까, 사자의 호령에 황소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이 왕년에 왕이었던 것은 맞소. 하지만 지금은 늙고 지친 당신을 왕으로 생각하는 동물은 하나도 없소. 그걸 아직 모르고 있었소, 그러면서 황소는 머리의 뿔로 사자를 받아버렸다. 아무리 애를 써봐야 사자는 반격할 힘이 없었다. 이 광경을 나무 위에서 보고 있던 원숭이가 외쳤다. 사자가 황소에 졌다. 이제 그는 왕이 아니다.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라고 사자의 착각은 정글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세계 특히 권력 게임에선 영욕의 덧없음이 더 심하다.
인천시 옹진군수가 지난해 12월 초 인천 시장을 향해 영흥 쓰레기매립장 설치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을 1주일 만에 접고 이날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합의사항 다섯 번째에 옹진군은 위 합의사항을 수용하고 매립지 조성을 위해 시, 군, 구와 함께 협력한다. 라고 되어 있다. 당시에는 무엇을 어떻게 협력하는 것인지 영흥 주민은 물론 옹진군민 누구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해가 바뀌고 때가 되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합의서가 아니고 협박서였다는 것을, 최근 인천시는 더불어민주당 옹진, 강화, 중구, 지역의 지역구 위원장인 조택상 위원장을 인천시 균형 발전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하여, 영흥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영흥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영흥도를 인천시 자체 쓰레기 매립장으로 확정 짓겠다는 결론임을 인천지역 대다 수 언론사들의 공통된 견해이고, 이것이 또한 인천시의 최종 목적으로 분명하다는 점들이 여기저기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7일 옹진군수가 단식농성을 철회하면서 기자회견을 한 합의사항은 영흥 주민과 옹진군민을 향한 더불어민주당과 옹진군수가 합의된 1차 적인 협박 사항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합의사항을 읽고 낭독한 민주당 허종식 위원장과 장정민 옹진군수는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누가 누구와 합의하였고 쓰레기매립장 지정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단식농성을 하겠다던 군수는 누가 무슨 철회를 하였기에 농성을 풀고 철회하게 된 것인지를 영흥 주민이나 옹진 군민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합의사항의 첫 번째로 우리는 집권 여당으로서 운명공동체이다. 자원 순환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소각장 등 매립 관련 시설 및 입지 지역 결정에 대승적 입장을 견지한다.고 했다.
집권 여당이 누구와 운명공동체란 것인지? 자기들끼리 운명공동체이면 합의서에 왜 명시하는 것인지 자기들끼리의 결의사항을 누구와 협의했다고 협의 사항이라고 했는지? 또 이러한 내용을 누구에게 발표한 것인지? 영흥 주민들과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두 번째 소각장은 시의 제안과 군, 구, 가 제안한 안을 협의해 추진한다.
소각장을 누가 추진하며 제안을 누가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이런 내용이 옹진군수의 단식농성을 중단하게 할 수 있는 쓰레기 매립장 설치계획 철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옹진군수가 단식농성을 시작할 때 그 목적이 소각장 제안, 안을 받아달라고 했는지?
세 번째 매립지는 시, 군, 구간의 충분한 협의와 공론화를 통해 최적지를 선정한다.
그렇다면 인천시와 옹진군은 영흥 주민 또는 옹진군민과 충분한 협의와 공론화를 거쳐 영흥도를 선정하였는지? 이러한 모든 과정을 그쳤다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협의를 하였고 어떤 공론화를 통하였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네 번째의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영흥과는 전혀 관계없는 더불어민주당만의 문제이기에 여기서 논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고 논하지 않겠다.
이 다섯 가지의 협의 사항은 옹진군수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에 협의해 준 것이지 영흥 주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영흥 주민들과 옹진 군민에게 어떠한 인과관계(因果關係)가 있으며 누구와 무엇을 협의하였기에 영흥도 쓰레기매립장에 대한 협의 사항이라고 발표하고 단식농성을 중단하였는지를 분명히 밝혀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작극의 원맨쇼(one man show)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작금(昨今)에 움직이고 있는 인천시의 자체 쓰레기매립장 추진 계획과 천혜의 섬, 환상의 섬, 보물 섬, 영흥을 쓰레기 섬으로 만들려는 획책(劃策)에 따른 옹진군의 대비책은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이처럼 해명되지 않은 협의 사항을 가지고 10여 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거대 집권당의 인천시당과 옹진군수가 6,000여 명의 영흥 주민들을 상대로 우롱하고 기망(欺罔) 하는 것도 모자라 협박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하 17-8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주의보 속에서도 아침 출근길에 칼바람을 맞으며 시청 후문, 시의회 정문 앞에서 영흥 쓰레기매립장 설치 철회를 요구하는 1인시위가 눈물겹지가 않는다는 말인가?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손발이 얼어 터지는 추위와 싸우면서 외로운 투쟁을 해야 하는지, 시(市)나 군(郡)의 행정이 이토록 시민이나 군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인지? 시민을 위한, 군민을 위한, 시청인지? 군청인지? 시청을 위한 시민, 군청을 위한 군민이어야 하는지를 필자는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운명은 수레바퀴처럼 돈다. 오늘은 그 위에 있지만, 내일은 그 아래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