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도, -1도, -3도 이는 지난 1주간 인천의 최저 기온이다.
살을, 애는 듯한 영하의 기온에 온기라고는 전혀 없는 인천시 남동구의 한 도로가 차가운 인도에, 얇은 비닐 천막 하나로 초겨울의 찬 바람을 막아 몸을 의지하며 옹진군 영흥면 쓰레기매립장 조성계획을 철회하기 위한 대화를 요구하며 인천시장을 향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옹진군수의 단식농성이 1주일을 맞은 7일 오전 11시 당정 합의로 마감했다.
인천시장은 광역자치단체장, 옹진군수는 기초자치단체장이다.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자치단체장 모두가 주민이 선출한, 선출직 공직자로서 각각의 역할과 의무가 다를 수는 있지만 분명 상하(上下) 지시, 하달 관계가 아닌 협의, 협조 관계라고 볼 수 있는 동등한 위치에서 권리가 아닌 권한이 기초자치단체보다는 광역자치단체가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영향력이 좀 더 미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초자치단체의 협의, 논의 없이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를 무시하고 임의로 광역자치단체의 시설을 기초자치단체에, 설치하겠다고 발표부터 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었다.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장은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행위가 부당함을 요구, 항의하였으나 시장은 대화에 응해주지 않았으므로 목숨을, 담보로 차가운 길바닥에서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장인 시장은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외면하고 건물 외부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은 자물쇠로 꽁꽁 묶어 출입을 차단 하나의 통로만 개방 철저한 경비로 철옹성을 만들어 난방 가득한 쾌적한 집무실에서 마이웨이를 외쳤다.
광역자치단체장이 기초자치단체장 한 사람을 대화와 설득으로 논리적으로 이해를 시켜 상호협력관계로 이끌어 나갈 수 없다면 시장으로써의 자격은 미달이다. 왜냐 시민 한 사람 그것도 같은 당 소속의 단체장을 대화와 설득으로 포용하지 못하는 시장이 어떻게 300만 인천 시민을 상대로 그들을 포용하고 소통하며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치는 시민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게나?
옹진군수가 난동을 부리는 거리의 깡패도 아니요, 금품을 요구하는 폭력배도 아니다. 그렇다고 술 마시고 헛소리하는 주정뱅이도 아닌 인격을 가진, 한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이다.
시장으로써의 자격이 있고 능력이 있다면 조용히 시장 집무실로 불러들여 수십 시간, 수백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최소한 두 사람만의 협의는 이끌어 낼 수 있는 아량과 포용력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능력이요 자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지쳐 스러지길 기다리는 것은 시장의 인내심이 아니라 지극히 기회주의적 야만 행위로 볼 수 있다.
쓰레기 매립장 조성이 기초자치단체장 한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인천시장은 기초자치단체장의 목숨보다 소중한 사업을 입지선정 조사 연구 용역 기간(2019, 9, 1~2021, 3, 31)이 끝나지도 않았고 그 결과도 확정되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옹진군 영흥면 외리 일원이라고 발표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알기로는 전임 시장 재직 당시의 자체매립지 관련 조사 연구 용역 결과는 1순위가 현재 서구의 매립지의 4-2공구이며 2순위 영흥, 3순위 송도 신도시, 4순위 영종 매립지 등으로 선정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이 순위 결정으로 끝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1순위도 좋고 차순위도 좋다. 다만 순위가 정해졌다고 해서 무조건적이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 목적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지역의 자치단체장과 협의를 거쳐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과도 충분한 대화를 거쳐 논의를, 하고 주민들로부터 납득할 수 있는 협의를 만들어 내야 했었다.
따라서 정상적인 절차와 단계를 거치지 않는 행정절차는 지금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부의 원전 정책에서 산자부 공직자들이 구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이해와 납득이 될 것이다. 지방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치인의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정책은 단체장이 바뀌면 또다시 번복이 쉽게 이루어지며 그에 따라 공직자들은 문책이 따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직자들은 항상 공정성과 합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체장이나 정당의 정치 행위에 맞춰 입맛에 달콤한 행정만을 추구하다 보면 시민들의 저항에 부닥치게 되고 그 결과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인천광역 시장에게 묻고 싶다.
군수가 잘못되고 부당함을 시장과 대화로 올바르게 바로잡자는데 왜 시청사 부지 밖으로 쫓겨나야 했는지? 시장은 누구의 시장인지? 정부 정당의 시장인지 인천 시민의 시장인지?
인천시 자체 쓰레기 매립장을 왜 인천시장이 단독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지를?
인천광역시 10개 군, 구청의 단체장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협의하여 결정된 사항을 시장이 발표하고 시행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만약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한다면 각 군, 구별로 자체 쓰레기는 기초자치단체 스스로가 처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을 풀어나간다면 광역단체장인 시장이 독단적으로 쓰레기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시장이 시장의 정치적 목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은 흐려지게 되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또 다른 이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채근담(菜根譚)에 약이권력득자(若以勸力得者)는 여병발중화(如甁鉢中花)하여 기근(其根)을 불식(不植)하니 기위(其委)를 가립이대의(可立而待矣)라는 글이 있다. 이는 권력으로 얻은 것은 화병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심어지지 않는 자라 이내 시듦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권력의 힘에 취하지 말라, 역사의 흥망은 거짓이 없다. 누가 국민을 속일 수 있단 말인가?
개와 늑대의 시간, 혼돈의 시대, 실루엣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