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가 추진해온 ‘희망대근린공원 랜드마크 조성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다. 최근 열린 주민설명회는 그 자체로 행정의 불통을 여실히 보여줬다.

공청회 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뒤 뒤늦게 주민을 불러 세운 자리였다. 성남시의회 이군수 의원이 “시민을 들러리로 세운 설명회”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다.

문제의 핵심은 절차와 신뢰다. 이 의원은 수개월 전부터 공청회를 요구했지만, 행정은 이를 외면했다. 이미 사업 축소를 결정한 뒤 설명회를 연 것은 결과를 정해놓고 이유를 끼워 맞춘 셈이다. 주민들은 “수목 훼손과 안전 문제는 처음부터 예상된 사안”이라며 “지금 와서 그것을 포기 사유로 내세우는 것은 변명일 뿐”이라고 분노했다.

특히 다목적문화센터의 일방적 제외는 이해하기 어렵다. “청소년수련관과 기능이 겹친다”는 이유지만, 주민들은 “전 세대를 아우를 생활문화 거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결정권자는 설명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행정의 ‘소통 부재’가 더는 변명으로 가려질 수 없는 이유다.

희망대근린공원 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준비된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다. 이미 설계비와 계약비가 집행된 상황에서 행정이 방향을 틀면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행정의 신뢰는 절차적 정당성에서 비롯된다. ‘공청회 생략’과 ‘형식적 설명회’는 시대착오적 행정의 그림자다.

한편 성남시는 지금이라도 주민 공청회를 정식으로 열어야 한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원안을 재검토하는 것이 진정한 희망의 출발이다. 시민을 배제한 공원은 ‘희망대’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