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장초복 기자] 의정부시 장암동 지하보도·신곡동발곡지하보도가 ‘폐쇄’ 혹은 ‘철거예정’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버려져 있다.

이 문제는 단지 시설 하나가 방치된 수준이 아니다. 시민의 불편과 안전 우려를 무시한 채 추진된 과거 행정의 오판이 남긴 부끄러운 잔재이며, 지금도 방치되고 있는 것은 현재 행정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 시민이 외면했는데도 행정은 끝까지 몰랐다

장암동 지하보도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너무 깊게 파 내려간 구조, 끝없는 계단, 불빛도 희미한 통로.이런 곳을 누가, 무엇 때문에 이용하겠는가?
보행 약자에게는 사실상 ‘출입 금지구역’이었고, 일반시민에게도 '밤길위험지대’였다.
그럼에도 당시 행정은 이런 현실을 보지 못했다.
아니, 보려 하지 않았다.
결과는 뻔했다.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만든 시설은 ‘시민이 외면한 공간’으로 전락했고, 지금은 도시의 흉물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철거 예정”이라는 한 줄 공지로 끝내려는 태도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행정 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 버려진 공간, 그대로 두는 건 ‘세금 낭비’의 2차 범죄

지하보도가 방치될수록 주변 환경은 더 나빠지고, 안전 위협은 커지고, 관리비만 올라간다.
이 모든 비용은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

이미 실패했다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행정은 단지 “철거”라는 가장 쉬운 길을 택하려 한다.
철거는 행정 입장에서는 편하다. 그러나 시민 입장에서는 낭비가 아닌가?
흉물로 남겨두는 것도 잘못이고, 아무 고민 없이 철거하는 것도 또 다른 잘못이다.

●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행정의 상상력 부재’다

반대로, 장암동 ‘장암아래뜰길’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버려진 지하보도도 의지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성공 사례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왜 다른 지하보도들은 그대로 방치되는가?
왜 공간을 활용하려는 고민조차 하지 않는가?
왜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는가?
결국 답은 간단하다.
행정의 상상력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 지하보도 재생, 이렇게 하면 ‘도시 자산’이 된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도시 속 숨은 가능성이다.
철거 대신 재생을 선택하면 다음과 같은 활용이 가능하다.

1. 지역 예술가 창작 구역
팝업 갤러리, 창작 작업실, 시민 참여형 전시 공간
기존 건물 임대료보다 훨씬 저렴한 문화 인프라 확충
2. 청소년·시민 커뮤니티 공간
댄스 연습실, 버스킹 홀, 마을 사랑방
의정부가 가장 부족한 ‘청소년 문화 기반’을 보완하는 핵심 카드
기후와 계절에 영향받지 않는 지속 가능한 시민 쉼터는 어떤가?

● 행정이 먼저 변화하라: 방치의 시대는 끝내야 한다
지하보도 문제는 결국 행정의 책임이다.
과거의 실패를 감추려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재생을 통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 시민 참여 설계 추진, 청소년·주민·문화단체 협력 구조 마련,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 수립
이 세 가지를 실천한다면, 흉물은 ‘보물 창고’로 바뀔 수 있다.
더 이상 방치는 ‘직무유기’다

지하보도는 실패한 토목의 잔해가 아니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도시 재생의 씨앗이다.
의정부시는 지금이라도 철거의 편안함이 아니라 재생의 용기를 선택해야 한다.

시민의 공간을 다시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정의 책임이자 역할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