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보/김종돈 기자]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여러 건설사의 치열한 경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특정 건설사와 조합이 결탁하여 해당 건설사가 시공자로 선정되도록 저렴한 공사예정가격(예가) 논쟁, 단독시공 논란을 간접적으로 조장하며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 건설사를 시공자로 뽑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섰던 서울의 재개발 조합이 또 다시 행정적, 법적 공방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은 지난 2019년 10월과 2020년 1월 두 차례에 걸쳐서 시공자선정을 위한 입찰을 치렀다. 1차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입찰했으나, 현대건설의 서류미비 및 입찰조건위반 등을 문제삼아 조합이 유찰 선언을 하고 재입찰 공고를 했다. 그 결과 2차 입찰에서는 롯데건설만 입찰을 했고, 같은 해 5월 23일 시공자선정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수의계약에 의해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는 안건이 가결되었다.
당시 롯데건설은 입찰보증금 1,000억을 무이자 조건의 사업비 대여금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정서를 조합원들에게 확약했고, 조합원들은 이러한 조건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시공자 선정에 찬성해주었다.
현금 600억과 이행보증증권 400억이 모두 납입된 이후 조합이 기존 대여금 상환에 이미 사용한 300억에 대해서 조합은 2021년 10월 9일 관리처분계획수립을 위한 총회에서 무이자 조건의 사업비 대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조합원 과반찬성 의견으로 가결한 뒤 이를 시공자인 롯데건설에 통보하였다. 롯데건설은 이러한 조합의 총회 의결 사항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조합은 지난 8월 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사업비 보증심사를 통과하여 3,450억 원 규모의 금융 차입을 받아 곧바로 롯데건설에게 기존 사업비 대여금을 모두 완납하기에 이르렀다. 이사회를 졸속으로 치른 조합은 이사회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1,750억 원의 사업비 대여금 전액을 롯데건설에 상환한 것이다. 1,750억 원의 상세내역은 지금까지도 서울시 정보몽땅이나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1,000억 원 전체에 대해 무이자 조건으로 차입해오기로 한 것을 300억 원만 무이자로 쓰고 사후 의결한 것에도 모자라, 무이자로 쓰기로 한 300억 원마저 시공자에게 상환하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유이자로 대출받았다는 점이다. 그 이자만큼 조합원들은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또한 2020년 7월 22일 조합은 롯데건설과 공사도급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총공사비 9,082억 여원의 100분의 10인 약 908억 2천만원의 계약이행보증금을 계약체결과 동시에 조합 통장으로 입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은 이 금액을 조합에 입금하지 않았고 조합도 계약이행보증금을 챙기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2020년 5월 23일 열린 <시공자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무효소송도 진행 중에 있다.
조합원들은 왜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시공자에게 무이자 조건의 대여금을 상환하고 유이자 대출을 받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도급계약 자체도 미이행 상태라고 지적한다.
취재 결과, 최근 조합원들이 이 문제를 은평구청에 고발 민원으로 접수한 것이 확인되었다. 조합원들은 유국형 전 조합장이 지난 9월 13일 대법원에서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150만원이 확정되었는데, 이 조합은 도시정비법 위반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에 해당될 수도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원을 직접 제기한 조합원은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이사회 심의만으로 막대한 자금을 건설사에게 반환한 점을 지적하며 무이자 조건의 대여금인 300억 원의 '반환 조치'와 함께 해당 안건 심의를 주도한 직무대행자와 이사회에 참여한 5명의 이사에 대해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합당한 행정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은평구청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들은 추가적인 행정적, 법적 절차를 통해서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관련 임원들에 대해 형사적 처벌과 민사적 손해배상의 책임까지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