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재 기자] 한국투자공사(KIC)가 기금관리주체로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해외에서만 운용하도록 하는 구조로 인해, 국내 산업에 대한 전략·혁신 투자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또한, 이미 폐지된 법을 여전히 인용하고 있어 법체계의 정합성이 맞지 않는 상황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국회의원(기획재정위원회, 성남 수정구)은 1일,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KIC의 국내투자 허용과 법체계 정비를 골자로 하는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지난 10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투자금융 중심 재정 전환 필요성에 대한 후속 조치로, KIC가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국부펀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취지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가가 직접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국부펀드의 중요성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세계 GDP가 약 37.5% 증가하는 동안, 같은 기간 전 세계 국부펀드 자산은 6.4조 달러에서 12.9조 달러로 101% 이상 증가하며 국가전략 추진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국부펀드의 역할도 크게 재정립되고 있다. 과거의 외환안정·장기저축 중심의 수비적 운용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략·혁신 투자를 통해 자국의 첨단산업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산업정책의 중심축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한국투자공사법은 KIC가 위탁받은 자산을 해외에서만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국내투자는 ‘일시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AI·이차전지·바이오 등 국내 전략·혁신 산업에 대한 투자 기능이 사실상 차단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싱가포르 테마섹, 대만 NDF, 일본 JIC, 영국 NWF 등 해외 주요 국부펀드들은 이미 자국 내 전략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통해 기술경쟁력 확보와 산업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KIC는 국내투자 기능 부재로 인해 국내 전략·혁신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태년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하의 자산을 원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여, 한국투자공사가 일정 비율 범위 내에서 국내에서도 위탁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또한, 현행법이 이미 2007년에 폐지된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과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을 인용하고 있어,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도록 규정하여 한국투자공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확히 하였다.

김태년 의원은 “KIC가 세계적인 운용 규모를 갖고 있음에도 국내투자 금지 조항으로 인해 전략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며 “국내투자 허용은 전략·혁신 산업을 국가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폐지된 법률을 계속 인용하는 조항을 정비함으로써 공사의 독립성도 강화될 것”이라며 “KIC가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을 뒷받침하는 국부펀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