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월드컵 ‘캡틴’ 손흥민 “행복한 순간 만들 것”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4년에 한 번 오는 월드컵, 즐겼으면"
'월드클래스 아니다' 부친 발언에는 "동의한다…더 노력해야"
김부삼 기자입력 : 2022. 07. 04(월) 15:32
▲축구선수 손흥민이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디다스 홍대브랜드센터에서 진행된 '손 커밍 데이'에 참석해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7.04.
[김부삼 기자]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30·토트넘)이 생애 세 번째 월드컵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4일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Son Coming Day)' 행사에 참석해 "올해를 돌아왔을 때, 월드컵에 나간 것과 소속팀에서 시즌을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했을 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한 팀의 주장으로 이끌어서 좋았다. EPL에선 어릴 때부터 꿈꿔온 득점왕을 이뤘다. 아마 그 두 순간이 올해 가장 기뻤던 것 같다"며 "다가올 월드컵에선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눈물을 흘렸다.
막내였던 2014 브라질월드컵과 에이스로 나섰던 2018 러시아월드컵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두 번의 실패는 손흥민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개인 통산 세 번째 월드컵을 앞둔 그는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 선수 월드컵 본선 최다 골 타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총 3골로 은퇴한 박지성, 안정환과 같다. 카타르에서 골을 추가하면 단독 1위가 된다.
또 박지성(2002년·2006년·2010년)만 가진 월드컵 본선 3회 연속 득점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컨디션은 최고조에 올라 있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EPL에서 총 23골을 터트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최초다. 페널티킥 득점 없이 필드골로만 23골을 넣어 의미가 더 컸다.
팀 내 최다골을 책임진 손흥민의 활약에 토트넘도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승점 71)를 차지해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토트넘에서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친 뒤 지난 5월 말 귀국한 손흥민은 6월 A매치 4연전을 모두 선발로 뛰었다.
또 칠레,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선 환상적인 프리킥 골까지 터트렸다. 한국 축구 역대 A매치 2경기 연속 프리킥 득점은 손흥민이 처음이다.
칠레전에는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 손흥민은 A매치 102경기에서 33골을 기록하고 있다.
손흥민은 "코로나19 등 여파로 센추리클럽 가입이 늦어졌는데, 사실 대표팀에서 100경기나 뛸 거라 생각 못 했다"며 "102경기를 뛰었지만, 그래도 A매치 첫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롤 모델이었던 (박)지성이 형과 같이 방을 쓰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손흥민은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을 맡던 2010년 12월3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시리아와 평가전(한국 1-0 승)에서 A매치 데뷔했다. 후반전 시작 직전 김보경(전북)과 교체됐다.
손흥민의 득점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건 트레이드 마크가 된 찰칵 세리머니였다.
손흥민은 "골 넣는 특별한 순간들을 기억하고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의미"라면서 "많은 분이 좋아하고 따라 해 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득점왕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는 최근 영국 런던의 한 벽화에 그림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흥민은 "잠결에 누군가 보내줬는데, 이게 한국인지, 영국인지 분간이 안 갔다.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트넘 구단에서 그림을 그린 사람이 웨스트햄 팬이라고 하더라. 아들이 토트넘을 좋아해서 저를 그렸다고 했는데, 농담으로 웨스트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건 골든부트를 받는 것보다 어려운 거 아니냐고 했더니, 토트넘 직원이 웃더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손흥민과의 일문일답.

-2022년의 절반이 지났다. 하반기 월드컵이 열리는데, 올해를 돌이켜봤을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은?
"월드컵을 나가게 됐을 때 상당히 기뻤다. 소속팀에서 시즌을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했을 때도 기뻤다. 두 순간이 가장 기뻤다. 원래는 지금 한창 월드컵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데, 주장으로 10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가게 돼 좋았다. EPL에선 어릴 때부터 꿈꿔 온 걸 이뤘다. 두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다가올 월드컵에서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왔으면 한다."

-찰칵세리머니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골을 넣는 건 특별한 순간이고 기억하고 싶었다. 절대로 잊지 않고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그 순간을 간직한다는 의미다. 많은 분이 좋아하고 따라 해 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칠레전에서 한국 남자 축구 역대 16번째 A매치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사실 더 빨랐어야 했는데, 코로나19 등으로 경기가 없어져서 센추리클럽 가입이 늦어졌다. 대표팀은 어릴 때부터 꿈꿔 왔지만, 100경기나 뛸 거로 생각 못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매일 행복하게 보냈다. 102경기를 뛰었지만 그래도 첫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롤 모델로 생각한 (박)지성이형의 경험을 공유한 건 특별했다. 룸메이트였는데, 대표팀의 시작을 만들어준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린 마음에 지성이 형이 잠드는 걸 보고 잠들었다. (지성이 형이) 꼰대는 아니었다. 운동장 안팎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형이자 선배였다. 형이 어떻게 쉬고, 최고의 컨디션을 만드는지 배웠다."

-최근 TV 예능프로 '골때녀'의 인기로, 여성, 혼성 축구가 늘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너무 감사하다.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이 쉽게 접근하는 걸 보고 축구가 사랑받는 걸 느낀다. 동시에 축구인으로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어떻게 하면 축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노력해야겠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시 '제로(0)'에서 시작한다. 지난 시즌 업적과 많은 걸 이뤘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지만, 운동은 빠짐없이 하려고 한다. 몸 상태를 꾸준히 만들려고 한다. 한국에서 토트넘이 경기하는데, 몸 상태가 안 좋을까 봐 걱정이다. 한국 팬들에게 토트넘이 잘하는 걸 보여주기 위해 다른 시즌 때보다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런던 벽화가 등장해 화제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잠결에 누군가 보내줘서 봤다. 이게 한국인지, 영국인지 분간이 안 가더라. 퀼리티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토트넘 구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림을 그린 사람이 웨스트햄 팬이라고 하더라. 아들이 토트넘을 좋아해서 저를 그렸다고 했다. 그래서 농담으로 웨스트햄 팬에게 사랑받는 건 골든부트보다 어려운 것 아니냐고 하니 토트넘 직원이 웃더라."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모델로 리오넬 메시와 함께 나섰는데?
"월드컵 공인구를 경기에서 차보진 못했다. 촬영장에서 몇 번 차봤는데 가벼웠다. 선수들 사이에서 아디다스 공은 가볍기로 유명하다. 항상 월드컵을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공이다. 메시와 함께 모델로 나선 건 꿈같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사람과 같이 서 있는 게 꿈 같다. 볼 때마다 행복하고 열심히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포르투갈과 월드컵에서 같은 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지?
"모든 선수가 다 똑같다. 가나도, 우루과이도 기대되고 어려운 상대다. 걱정이 다 된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월드컵에 가는 건 아니다. 호날두를 만난다고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두 배가 되진 않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걸 다 보여줄까 하는 생각밖에 없다."

-다음 시즌 목표는 무엇인지?
"개인적인 목표는 잡지 않는다. 운동장에선 욕심도 많고 가끔은 이기적일 때도 있다. 그러나 목표를 정하고 시작하면 어느 순간 목표를 일찍 달성할 때도 있다. 그러면 느슨해진다. 그런 게 매 시즌 성장에 약이 됐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잘한 경기에서도 부족한 점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팀으로 목표는 항상 우승이지만, 개인적으론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단 생각이다."

-해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하는데, 다음 시즌을 준비하면서 어떤 걸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지?
"집에 오면 항상 TV로 축구를 틀어놓는다. 내가 한 경기를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 축구는 상황마다 정답이 없다. 이럴 때 어떻게 움직이면 동료들에게 공간이 생길지, 어떻게 하면 결정전 순간이 생기는지 생각한다. 그만큼 부족한 게 많다. 매 시즌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카타르월드컵은 11월에 열린다. 원래는 지금 월드컵을 뛰어야 할 시기인데, 시즌 도중에 월드컵에 가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최고의 조건은 아니다. 선수들끼리 얘기도 많이 해서 특별한 월드컵을 치렀으면 한다.“

-토트넘 동료인 우루과이 대표팀 로드리고 벤탄구르가 선전포고했는데?
"토트넘 동료끼리 붙는 친구들이 유난히 많다. 서로 워낙 친해서 웃으면서 농담한다. (벤탄쿠르에겐) 우리랑 포르투갈이 올라갈 텐데 어떡하냐고 장난친다. 벤탄쿠르도 진지할 때는 과거 서울에서 평가전을 했을 때 힘들었다고 얘기한다. 우루과이도 정말 좋은 팀이고, 열심히 준비해서 월드컵에 올 것이다. 소속팀 동료를 대표팀에서 만나는 건 특별하다. 콜롬비아와 할 때도 넘어진 다빈손 산체스를 잡아줄 때 특별했다. 월드컵에서 만난다면 응원해주고 싶다. 하지만 한국이 올라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토트넘이 한국 방한을 앞두고 있다.
"너무 설렌다. 토트넘 동료들이 오해하고 있다. 제가 한국에서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걱정된다. 맛있는 곳도 많이 아는 걸로 안다. 아는 곳이 없어서 걱정이다. 운이 좋게도 함부르크, 레버쿠젠 때도 한국에서 경기했었는데, 세 번째 팀에서도 한국을 방문해 너무 좋다. 대표팀이 아닌 토트넘에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특별하다. 그래서 잘하고 싶다."

-토트넘 동료들이 무엇을 먹고 싶어 하던가?
"무조건 맛있는 곳을 데려가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부담된다. 한두 명도 아니고 거의 5~60명이나 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어서 걱정이다. 한국에 왔으니까 계산도 내가 할 것이다. (콘테 감독님에게 쏘라고 한다면) 아마도 다음 날 운동장에서 엄청나게 뛰어야할 것이다."

-지난 시즌 노리치시티와 최종전에서 동료들의 득점왕 지원이 화제였다. 데얀 쿨루셉스키는 득점 상황에서 패스하려고도 했는데?
"득점왕을 받아 행복하기도 했는데, 그보다 그런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어쩌면 남의 일인데, 자기 일처럼 좋아해 주는 걸 보고 외국에서 내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전반에 2-0 스코어가 됐고, (콘테) 감독님은 개인 수상에 대해선 신경을 안 쓰셨던 분이었다. 경기 전부어 챔피언스리그에 가는 목표만 말했다. 그런데 노리치전 하프타임에 손흥민이 득점왕이 되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 전반에 멘털이 나가려고 했는데, 교체로 들어오는 선수들마다 나를 득점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루카스 모우라도, 스테번 베르흐베인도 그랬다. 둘은 나와 경쟁하는 선수들인데, 그런 마음으로 도와준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 정말 너무나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경기를 준비하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는데, 에릭 다이어는 한 달 전부터 골든부트는 내 것이라고 말해줬다. 처음엔 (살라와) 차이가 컸는데, 점점 격차가 좁혀지면서 친구들도 흥분했다."

-부친인 손웅정씨께선 아직도 '월드클래스가 아니다'고 하시는데?
"아버지 의견이기 때문에 더 살을 붙일 순 없는 것 같다. 저도 월드클래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 말씀에 동의한다. 진짜 월드클래스는 이런 논쟁이 벌어지지 않는다. 논쟁이 있다는 건 아직도 올라갈 공간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월드클래스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대표팀 주장으로 세 번째 월드컵에 나가는 기분은?
"주장을 하면서 어린 친구나, 오래 대표팀 생활을 한 친구들에게 월드컵이라고 너무 힘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브라질과 평가전 때도 상대가 최고의 팀이다 보니 긴장하고 힘이 들어갔다. 주장으로 월드컵에 간다면 그 무대를 즐기라고 하고 싶다.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를 많은 부담과 무게감으로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가진 것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 선수들도 그랬으면 한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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